<설장구 공연에 대한 연습과정>
10월 중순쯤이었다.
하늘은 맑고 프르고 마음도 편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는데...
어느 중년의 여자분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은 설장구 초보이며 가락만 두어달 연습하였다 한다.
그런데 12월 초, 동창회 모임에서 설장구 공연 약속을 해버렸다는 것이다.
두달동안 죽어라 가락을 연습하였으나, 가르치시던 선생님께서 말씀 하시길~
절대 선반 설장구를 할 수 없다며, 포기하라 말씀 하였다는 것이다.
어찌 방법이 없겠느냐며 물어왔다.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꼭 선반 설장구를 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가락을 들어보니 설장구 가락이 아직 초보인데다, 음과 장단이 형성되지 않은상태에
춤에 맞추기 약간 곱지 않으며 또 가락이 많지 않았다.
같은 가락을 어려번 치다보니 싫증이 나서 듣기 거북한 것은 물론 자신감이 없었다.
여인은~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선이 곱다.
키도 적당하고 젊어보여 괜찮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웃는 얼굴이 귀엽고 애교가 철철 넘친다.
그러나~
미모에 너무 자신감을 갖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왜냐하면~
꽃은 반드시 시들어가고~
잎은 낙엽이 되어 무로 돌아가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하지만~
아름답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내일 낙엽이 되드라도~
오늘의 기쁨을 무엇에 비교할 것인가?
긍정적인 삶이 보기 좋다.
힘들어 하는 나를 위로하고
웃음으로 ~
밝게하려 노력하는 모습에
감사한다.
솔로 작품으로 4분정도 하기로 하고 연습에 들어갔다.
생각끝에 설장구 가락을 다시 처믐부터
우리 가락으로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하루에 한장단 내지 두장단 정도 가르치면서,
일주일동안 가락을 머리속에 입력시키고 나니,
어느정도 좋은 가락이 순서로 작품화 되어가고 있었다.
가락만 일주일을 허비하고 나서,
선반이 될까 걱정을 하여 고심을 하였는데....
장구를 메고 걸음마부터 시작하였다. 걷기부터 시작하고 그다음 가락을 치면서 걷고 조금 익숙해지자, 첫가락부터 동작을 해보였다. 하루에 한 장단내지 두 장단정도 동작을 하면서 계속 순서를 붙혀 나가기 시작하였다. 며칠 지나자 이렇게 해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며 함께 걱정하고 근심하고 얼굴이 파래졌다. 노래졌다. 하였다.
설장구의 속성이 처음에는 전혀 되지 않는 모습으로 있다, 조금 된 것 같으면 또 다시 깊이 있는 가락의 흐름과 내공을 원하는지라, 아무리 열심히 해서 성과를 얻어도 또 눈과 귀가 높고 깊어져, 실망하고 실망하여 한탄하기 마련이다. 그녀 역시 열심히 이를 갈며 노력하였는데, 아무리 해도 겨우 순서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위험한 일이었다. 설장구 공연이라는 것이 능숙하게 시작하여도, 어느정도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불안하기 마련인데....하물며 쌩 초보를 데리고 공연 작품을 하다니....아무래도 걱정이 된다.
고심끝에 설장구 앞 부분에 장구춤을 넣어 보완하기로 하였다. 장구춤도 만만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성이라 춤을 추면 좀 예뻐 보일 것이라는 착안을 한 것이다.
매일 설장구 가락과 춤을 익히면서 장구춤 무용을 한장단씩 외우고 동작을 실행하였다. 일주일동안 죽어라 하루에 서너시간씩 시켰더니....흠 ~ 제법 그림이 나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개발새발 엉망진창이고, 순서를 못외어 옆으로 가라고 하면 앞으로 가고 하더니, 사람의 정신력과 뇌는 확실하게 신이 만들어 준 창작품이다.
매일 한동작씩 익히고 가락 연습하고, 또 선반 설장구 동작을 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한달이 되지 않아 순서가 끝이 났다. 제법 서서 가락이 나오고 춤도 나온다. 장고춤도 제법 보기 좋게 연습이 되고 있어, 앞으로 한달동안 연습 많이 하면 작은 공연...동창회에서 욕먹지 않을 정도로 할 것 같다. 의상도 만들었으며 또 여러가지 설장구 매는 요령이며, 설장구가 몸에 어떤 형상으로 매어져야, 사람의 신체에 어울리게 동작과 한몸이 될 것인가에 대하여, 터득해가고 있는 것 같다.
어렵고 힘들어 보이기만 하던 설장구 춤이, 드디어 가르키는 사람과 배우려는 사람의 노력에 의하여 만들어져가고 있다. 비록 4분이라는 짮은 작품이지만 ....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퍽 중요하다. 처음에 공연을 하고 나면, 이제 자신감이 생겨 조금씩 배워 길게 늘여 가는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헌신으로 노력하고, 배우려는 사람이 인내와 끈기가 있으면 얼마든지 공연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초보자가 한달안에 4분짜리 작품을 소화시킨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분명 가능함을 보았다.
순서를 익히고 나면,
음악의 흐름을 잘 타면서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며,
동작의 선과 또 관중의 입장에서 보는 인체의 각도가,
어느정도에서 좋게 심리적인 차원에서 보이게 되는 것인지를 보고 배운다.
조명이 어떤 식으로 몸에 스쳐지나는지 얼굴 표정이며,
손가락의 움직임까지 배우고 나면, 이제 점점 자신감이 들것이다.
처음으로 하는 공연이라 분명 마음이 심하게 얼어 붙어 있을 것인데....
만약 순서를 잊어 틀린다해도 무대에 서있으면 안되는 것이니~
틀린 것을 감추고 얼른 다음으로 넘어가야 할 것이다.
본인이 표정으로 내보이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넘어 갈것이니...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동안 수고하고 노력한 여인에게 박수를 보낸다.
안무는겨우 겨우 힘겹게 끝이 났으니~
이제 연습 많이 하고 노력하여 공연을 잘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음악도 만들어 보라고 재촉하여, 자신이 직접 녹음실에 가서 해볼 것이며...
의상도 동대문 시장에 가서 직접 천을 떠서 수를 놓고, 바느질하는 분에게 맡기는 과정까지 손수 해보았다. 그래서 모든 것이 실패를 하든지 성공을 하든지...직접 해보는 것이 과정의 하나이다. 자꾸 하다보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점점 익숙하여 다음에는 잘 될 것으로 본다.
어려서는 부모님이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커서는 모든 것을 돈주고 다 해버리는 것만 알고 있으니, 직접 해보고 나야 이런 과정들이 의미가 깊고 좋다 할 것이다.
배우고 나면 취미로 공부하였다 하더라도
썩혀 버리지 말고 작은 공연이라도 공연을 하고나면, 많은 생각이 들것이다.
애착이 들고 사랑스러워져서 남다른 애정이 든다.
설장구는 바로 그런 맛이 있다.
이런 모습들이
사랑스런 설장구의 매력이다.
설장구에 빠지면 ~
꼭 해야하는 ~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열정.
기쁨으로 용솟음치는 정열.
벅차오르는 환희와 흥.
태산같은 뇌의 움직임.
가락 외우는 것이 어찌나 어려운지 ~
설장구를 하면 치매는 절대 걸리지 않는다는 ~
속설이 있을 정도다.
건강에도 좋고...
어느정도 하고 나면
자긍심이 생겨 좋다.
무엇인가를 정복하였다는 것 만으로~
매사에 자신감이 생긴다.
고차원의 긍지~
꼭 설장구를 해야하는 아름다운 경험이다.
그래서~
설장구를 조금이라도 한 사람은
꼭 ~
공연을 해서
작은~
기쁨이라도 얻었으면 한다.
이 여인은~
벌써 설장구의 매력에 푹 빠진 듯하다.
설장구를 깊이 연구하고 싶다 말할 정도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충고 할 문제가 있다.
초보자는 언제나 생각하고 알아야 할 당연한 문제다.
잘 모르다가 조금 알게 되면
스스로 너무 자랑스럽고 감격하여
자만심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해야하는데도
앞으로 나아가는데 방해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종종 본다.
왜냐하면 ~
이만하면 얼마나 다행이냐?
뭐 ~
그런 생각들....
그러나 ~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그만한 수준이 유지 된다는 사실을 ....
무대에 서면 연습때에 비해
절반정도밖에 연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무대에 서기때문에
수줍고 당황하여
사람들의 시선만 바라보아도
순서가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낭패가 아닌가 한다.
눈을 감아도 ~
음악을 듣고 있어도~
잠을 자도 ~
항상 순서가 제대로 떠올라야 할 것이다.
자만하지 말자~
지금하고 있는 수준이 끝이 아니다.
머리로 외우지 말고 운동 신경으로 외워
뇌가 활발하게 기억하게 만들자.
운동신경과 뇌가 일심동체가 되어야 한다.
마음과 시선 그리고 뇌와 신경
그리고 손끝 발끝까지도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며칠전
때르릉~~~
전화벨이 울혔다.
ㅎㅎㅎ
수줍으면서도 속 시원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공연을 한 모양이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
선생님 덕분에....
오늘 공연 잘했어요.
친구들이 정말 잘했다고 하더군요.
공연은 바로 이런 것이다.
마음속에서 소롯이 올라오는 기쁨과 행복~
공연을 하고 나면 언제나 아쉽기만 하다.
좀더 열심히 해서 쬐끔 더 잘할 것을 ....
더 열심히 할 걸~
그런 마음의 열망이...
다음에는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2007.10.9
연습실에서....박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