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심각하게 무서운 것이 코로나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놀랍다. 처음으로 느껴지는 잔잔한 공포와 마주한 느낌이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영악하고 똑똑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또 다른 존재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못하고, 마냥 만물의 상위에서 우쭐거리며 살아온 세월이 반성으로 마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후회와 연민을 느끼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그동안 살아온 모든 것이 무로 되돌아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지금이라도 처음부터 다시 모든 것을 기획하고 새롭게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특히 예술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과의 대화를 중요시하는 것이 본분인데, 그것이 코로나를 유발시키는 원인중의 하나가 되었으니 무엇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참으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예술과 생명<목숨>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우선 살아남는 것이다.
살아남는 것이 더 상위 개념이 되어버렸으니, 이제 펼쳐지는 새로운 개념의 세상을 만나면서 서러운 고민으로 미래를 바라본다. 오늘과 내일의 차이점이 분명해지고, 하루하루를 살얼음을 걷는 심정으로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또 하나의 경험을 만들어내고 몰입해가면서, 새로운 즐거움과 밋밋한 행복을 알아가야 하는 새벽이다.
예술은 이제 하나의 사치가 되어버렸는지 잘 모르겠다. 내일도 내가 존재하는 것이 더 가치있고 소중한 것이 되었으니, 나의 예술은 이제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 것인지..... 그것이 문제로다.
2020. 1. 30 새벽에 ~ 글 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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