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장구 가락보는 언제 써야 하는지....
설장구를 연구소에서 가르치며 많이 생각해 본 문제가 가락보를 먼저 쓰고 실기를 익힐 것인가?
아니면 실기를 익히면서 설장구 가락보를 하나씩 써 나가는 것이 옳은 것인가 ?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 배우러 오면 맨 먼저 " 가락보 주세요." 라고 말한다.
다른 곳에 가면 가락보를 만들어 놓고 무조건 하나씩 준다는 것이다.
물론 가락보는 정확하게 만들어졌겠지만....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가락보를 쉽게 얻어 버린 것이다.
너도 나도 하나씩 가지고 복사하고 돌리면서....
머리속에 달달 외워 가락을 치니...
어쩐지 좀 약간 뜨고 좀 낮설고 성의 가 없어 보이지 않는가?
가락보를 완벽하게 만든다 하지만, 귀로 듣는 것과 또 눈으로 보는 것과 ,
내가 직접 실기로 연습해가며 생각해보고 머리를 짜내 가락보를 만든 것은 ~
확연하게 이해하는 농도가 다르다.
처음에는... 쉽게 가락보를 가르쳐 주었는데 ....
요즘에는... 한가락 가르쳐 주고 나서 노트에 가락보를 적으라고 말을 한다.
배울 때마다 한가락씩 적어나가는데, 어느날 보면 또 고치고 고치느라 정신이 없다.
수없이 고치다 보면 ....
나중에 내가 확실히 가락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될 때, 가락보도 완벽하게 기록 할 자격이 된다.
실력이 연마된 후에 가락보를 보면 구음이나 정간보가 나의 실기와 완전하게 맞아 떨어져
한 몸이 된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야 정확한 나의 실력이 만들어 졌음을 실감 할 수 있다.
집에 책은 많이 있으나 읽지 않으면 쓸모 없듯....
가락보 역시 실기를 읽힌 다음 정확하게 기록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선생의 가락을 머리로 기억으로 되풀이 하며 같아 질 때까지 계속 연습해나가는 것도 큰 공부다. 어디가서든지 듣고 보고 하면 금방 알 아차릴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쉽게 이것은 덩이요 저것은 기덩이요. 또 요것은 구궁이다.
일일이 가르쳐주면 빠르게 배워 버리는 것은 사실이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기식이다.
우리나라 암기식 교육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적어도 설장구는 이런 식으로 하지 말고 도를 닦으면서 해보자.
거꾸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될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
연습하면서 수없이 고쳐나가는 방법이 좋은 방법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
처음부터 완벽한 방법은 없다.
들을 때마다 달라지는 소리가, 어느날 더 이상 다른 소리로 들리지 않고, 계속 같은 소리로 들릴 때
그때가 가락보도 완성되는 적기다.
한번 해본 사람은 계속 그렇게 하더니 어느날 완성된 가락보를 가지고 왔다.
이미 실기도 거의 잘하고 있을 때다.
너무 쉽게 얻어진 가락보는 땀과 눈물이 없다.
공든 탑은 절대 무너지지 않고 튼튼하다.
소리를 가락보로 옮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락보를 잘 만들어도~
소리는 그대로 옯겨지지 않는다.
어딘지 모르게 다른 모습으로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서 실기를 익힌다음 가락보를 만들면 무난하게 잘 표현 한다.
맨 먼저 가락보를 보고 소리를 연습해보면, 어딘지 다른 모습의 소리가
만들어져 나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어떤 선생은 자신이 가르쳐 줄 작품을 전부 구음으로 불러줘서 가락보를 먼저 만들게 하였다.
그런데 며칠 후 어떤일이 있어 연습을 못하고 끝나게 되었는데 ....
가락보만 남겨놓고 실기는 하나도 못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차라리 며칠동안.... 가락보 만들 동안 실기를 했더라면....
어쩌면 조금은 내것이 되었을 것을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다.
꼭 옳은 방법은 없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있었겠지만....
오랜 세월 하다보니... 이 방법을 선택하게 된 것을 소개하고 싶은 뿐이다.
나만의 방법이기 때문에 생각이 다른 사람은 다른 방법을 택하길 바란다.
나의 제자들과 단원들에게 알려주는 방법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대일 교습을 해서 그런지 이 방법이 참 좋았다.
단체로 할 때는 또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2007.4.2 글 박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