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를 옮기려는데~ 말문이 막혀 말이 안나온다. 왜냐하면 연구소 이사온지 겨우 일년 하고 반 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끄럽다 하도 진정서가 날아와 이곳으로 옮겼건만.... 이곳에서는 어찌 이리도 애환이 많은지~ 지상에 있을 때는 시끄럽다 말이 많아 지하로 이사하였더니~ 아이구~ 이제는 지하에 물이 나와 견딜 수가 없다. 정말 고역이다. 설장구쟁이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작년 장마철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더니... 폭포처럼 쏟아지는 빗물이 천장에서 벽에서 강물이 되어 주룩주룩 흘러 내렸다. 잠시 밖에 갔다 돌아와보니 한강물이 되어 피아노가 물속에서 파들파들 떨고 있는 것이 보인다.
물통을 이곳 저곳에 놓고 흥부네 가족처럼 ~ 그릇과 바가지까지 이곳저곳에 놓았다. 통통거리며 떨어지는 물방울소리가 눈을 감고 들으니 영락없는 설장구 소리인데~ 눈을 뜨고 바라보니 한심스런 흥부네 집이 되었다. 여름이 지나 방수를 하고 안심하였는데.... 올해 장마가 오더니~ 도루묵이 되었다. 벽과 천장에서 떨어지던 물줄기는 잡혔지만.. 이제는 땅에서 분수처럼 솟구친다. 매일 물걸레로 훔쳐 물통에 짜내느라 하루해가 저문다. 설장구쟁이 ~ 허리가 휘도록 고생하였는데~ 주인은 아랑곳 하지 않고 돈내라 재촉만 한다.
아~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갈 곳이 마땅히 없다. 어느곳에 자리잡고 편안한 삶을 살아야할지~~ 정말 ~ 대책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이사는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설장구쟁이는 갈 곳이 없다. 이 하늘아래~ 편안하게 두들기며 연습해도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고 연구할 곳이 없더란 말인가? 가을은 또 한번 사람의 마음을 휘젖는다. 이제 가을이 가고 첫눈이 내리면 ~ 설장구쟁이는 어디론가 떠나야 할 터인데~ 고독한 방랑꾼이 되었구나~
설장구는 참으로 슬픔과 애환이 많다. 연주하고 춤추는 동안 즐거움과, 많은 흥 속에 기쁨이 존재하였으나~ 삶속에 멋진 모습만 안겨주지 않아 낭패다. 빗속에서 외롭게 춤을 추던날~ 장구 통은 비에 젖어 돌장구가 되었다. 그러나~ 소리는 물장구가 되어 엉망이다. 속상한 마음은 천길 낭떠러지에서 바둥거리며 살려달라 아우성이다. 분신같은 설장구를 어이하리... 속이 상해 화를내며 비관해도 구석에 쳐박아 놓을 수도 없으니... 이노릇을 어찌하란말인지! 그래도 삶은 살아있는자의 몫이다.~ 마음을 가다듬어 눈빛을 반짝이며..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어울려 한바탕 놀아보며 마음에 불을 지르니~ 어느새 한판 ~ 물판이 되고 말았다. 이것도 예술이라면 순수한 예술인데~ 어찌 가을 비 마져 방해꾼으로 남으려 하는지~
이런 ~ 환경속에서 설장구를 지켜야하며... 전통을 고수하며 예술로 승화시키면서 놀음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힘든 여건에 악조건의 역습이다. 그중에 한가지만이라도 편안한 삶이 되었으면 ~ 바라지만~ 평생~ 인고의 세월이 안개속에~ 아득하다.
다행히 장마가 끝나 오늘 ~ 마른 바닥에서 걸판지게 설장구 춤을 추며 놀아본다. 이제 슬슬~ 공연장으로 가도 되려는지~ 안심이 되지 않아 고심해본다. 20년세월 동안 공연에 질려... 조용히 살려고 작심 하였으나~ 몸이 ~ 가만히 앉아 있질 않으니 아무래도 팔자가 ~ 설장구쟁이가 제격이로다.
빗망울소리에 춤을 추는 방랑자`~ 고독한 춤꾼 오늘~ 내가 숨쉴 곳을 찿으려 한다. 어서 빨리~ 공간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저 자신의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설장구춤을 추고 싶은 바램이다. 설장구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고 싶은 심정으로~~~ 두 번 다시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으면, 작은 소원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뿐이다. 오래 오래 머물며 내가 있을 곳을 .... 찿아 나서는데... 그런 곳 있으면~ 누가 나에게 내줄 것인지... 나는 이미 영혼을 다 털어서 설장구에 바치고 말았다. 빈털털이의 주머니속에는 먼지 뿐인 것을 ...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에도 한맺힌 슬픔이 가득하다. 슬품과 나의 한숨이 기어이 비가 되어 쏟아진다. 그러나~
마음을 내려놓고 혼이라도 힘을 내서 내일을 기약하자. 나는 오늘 춤을 추면서 흥을 돋구어 본다. 장구가락 안주삼아 한잔의 술잔을 기울여보니.. 얼씨구~ 방랑의 설장구쟁이 눈빛에~ 이슬이 맺힌다. 그러나 이 눈물은 오늘 뿐이다.
지하에 일년 반 동안 있어보니 맑은 공기와 햇빛이 그립다는 것을 ~ 그동안~ 너무 애잔하고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마다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이 따랐다. 깊은 수심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가 되어 눈이 퇴화하고 ~ 어둠속에 몸과 마음이 가라앉아 검게 타오른다.
이제 힘차게 밖으로 나갈 때다. 봄이 오면 ~ 노란 개나리 꽃잎이 되어 나풀나풀 ~ 골목골목 돌아다닌 후에... 겨우 찿아낸 곳이 있었다. 지하 40평의 공간인데 크고 넓어 마음에 든다. 그러나 너무 깊어 산소가 부족해서 싫다. 그리고 또... 창문이 없어 답답하다. 햋빛이 들지않아 머뭇머뭇 해본다. 나는 땅속의 그림자처럼... 밝은 빛과 산소가 그립다. 값도 저렴해서 좋은데.... 모든 것이 맘과 다르다.
나는 작고 아담한 곳에 신선한 공기와 빛이 드는 곳이 좋다. 정신나간 잠자리처럼 ... 매일매일 정처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녀 본다. 발이 아프다. 신이 다 닮아져서 너불거린다. 커피한잔 마실 심신의 여유가 없는 것이 서럽다. 또 한 곳을 보았다. 이층인데 안에 숨어있어 밖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아 좋다. 티도 나지 않은 곳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존재해 있다. 얼른 들어가보니 네모 반듯하다. 그러나.. 들어가는 입구가 산만하다. 마치 신전에 들어간 것처럼 아찔하다. 엽집도 또 엽집도 모두 점을 치는 곳이다. 사랑스런 공간은 점집으로 포위되어 있는 형국이다. 살금살금 기다시피 작은 발자국 소리를 내며.. 점집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 나온다. 누가 보면 나도 무속인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 생각해보니 그런 시선들이 무엇이 두려우랴~ 지하에 있는 것 보다는 차라리 이곳이 더 좋다. 서로 시끄럽게 한다 해도 누가 먼저 흠을 잡을 것인지 ... 나는 그들에게 먼저 물어 보았다. "혹시 시끄럽게 할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요?" 그들은 흔쾌히 괜찮다 말을 하며 환영의 표시를 했다. 나는 거리낌없이 생각없이 주저없이 그곳을 계약했다. 나중에 뒤돌아 보니 그곳은 나의 인생을 잡아먹어버린 악의 구렁텅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 되어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지하철 1호선 동묘역에서 내리면1분거리다. 바로 앞에 동묘가 보인다. 이곳에서 평화와 번영이 함께 하길~~~ 불꽃같은 심정으로.. 손이 닮도록 빌고 빌며 마음을 다해서~ 바라고 바라며 정성을 다하였으나.. 결국은 나의 운명의 변환점이 되어버린 낡은 그곳이 왜그런지 지금도 생각나서 덧없는 시간을 한탄하며 회한에 몸서리를 친다. 그곳은 나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며 알게 해준 곳이다. 사람들과의 인간들의 무소유 관계라든지 ... 서로 다른 성격의 특성이라든지 ... 직업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얽힌 문제점을 낱낱이 알게 해준 곳이다. 비슷하지만 ~ 서로 다른 것들의 오해와 진실이 남겨준 현장이 지금도 눈에 아른 거린다. 호된 교훈을 남겨 준 그곳의 풍경은 상상을 초월한 낡은 과거가 되었다. 함께 존속할 수 없는 평행선이 있던 그곳에서.. 다른 생각들의 난무함에 곤혹한 시간들이 마루타가 되어 춤을 춘다. 나의 영혼이 망가져서 지옥문을 넘나드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 실수다. 지금 이 순간도.. 삶의 덫에 뒷통수를 맞아 비틀거리던 나날의 파편들이 시체가 되어 나뒹군다. 파랗고 노란 시체들의 더미에서 얼굴을 내미는 저승사자의 손짓을 보지 못했다. 눈이 가려진 것이다. 나는 오로지 소리 하나만 생각하며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 바보다. 나의 인생이 끝이 나려고 한다. 내 가족이 다치고 병들어 인생의 낭만을 잃어 버리니... 신들의 장난은 위대하지 않은 일반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신의 저주가 실제로 일어나는 것인지 ... 장희빈이 즐겨쓰던 비법이 통하는 것인지... 나를 쫓아내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다하는 순간부터... 자신들의 이기적인 삶의 방식을 고집하며 그들의 검은 이익을 위한 전주곡이 나의 삶을 파괴하던 날... 나는 그들을 원망하며 그곳을 떠나야만 했던 아쉬운 이별의 노래가 새삼 가슴을 메이며 요동한다. 그곳은 지옥의 아궁이다. 나의 삶은 거기서부터 파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와 또 과거에도 비슷한 일은 있었지만... 호되게 이렇게도 무참하게 당한 적은 없었다. 하얀 상처에 닿은 겨울비가 칼날처럼 아프다. 그들이 나를 내쫓으려고 작심한 날부터 나의 소중한 미래가 울고 있었다. 아름답던 나의 소중한 앞날이.. 그들의~ 발바닥에 허무하게 짓밟히던 날 그들과 나는 어떤 이유도 없었다. 단지 시끄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이사가라고 조용히 말을 해도 ... 나는 이사 갈 준비를 했을 것이다. 지금도 허무하게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버린 그들을 잊을 수 없다. 내가 정성들여 꾸며놓은 그곳의 공간들의 미학적인 내부들이 눈물에 젖어 한숨을 쉬는 것이 느껴진다. 그들의 뒤에는 누가 존재하는 것인지... 누구의 사주를 받고 나를 해하려 한 것인지... 나의 마지막 꿈을 짓밟아 고지에 신의 이름을 내세우며 나의 예술을 짓밟아 뭉개버린채 ~ 나의 인내를 실험하던 그들은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인지... 나는 그것이 궁굼하다. 서로 어떤 문제도 없는 사이로 잘 지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돌변해서 그렇게 매몰차게 억지를 쓰며 방해를 한다는 것이 실제로 이해가 되지 않은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인사하던날 ~ 그들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예술가 한 사람을 죽인 것은 아닌지..." 정말 미안하다고 하며 악수를 청했다." 왜그런 말을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상이 아니다. 그들 덕분에 나는 지금도 방황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의지는 쉽게 무너지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나는 외길을 좋아가며 즐기며 산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며 사랑하던 일을 하는 사람이니 그것이면 만족이다. 지금 내가 어떤 어려움에 처해 망가진 삶의 파편들에 슬퍼하거나 할 여유가 없으니... 그들이 만들어놓은 덫에 빠져 나의 가족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 힘들게 살아가는 것이... 그들도 진정 원하며 한 짓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 순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 짓이, 누군가의 가족들이 평생을 어렵게 살면서 눈물로 지내게 되었다면... 또 내가 아는 사람 누군가는... 과부가 되어, 평생동안 어린 자식들과 눈물을 흘리며 살아야하는 팔자가 되었다면... 반드시 하늘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사하는 날에~ 그곳을 들랑거리면서 눈에 거슬렸다해서, 매일 한번씩 들먹거리며 이를갈며 저주를 퍼붓더니.. 이런 인과응보는 반드시 자신들에게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항상 착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내가 잘되기를 마음속으로 빌며 살아야 할 것이다. 내가 힘들게 살고 있는 동안, 나의 마음속에 그런 잔재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이유로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다만 나를 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미워하는 것이 싫을 뿐이다. 기가 세다보니, 마음으로 미워하는 순간마다... 그들에게 인과응보가 전달되는 것 같아 그것이 안타깝다. 나는 착하고 아름답게 내 인생을 살고 싶은 보통 사람이다. 자연인으로 내버려두라... 내가 이해하며 용서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그들에게 혹시라도 그런 짓을 시킨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또 새로운 방식으로 나의 일에 방해공작을 시작 하려고 하는 것이 감지된다. 멈추기 바란다. 이젠 각자의 길을 가자. 계속~~~
^.^
2007.11.9 원본 ~ 2012.11.10 각색 글 박은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