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오던 지난 겨울은 유난이도 춥고,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마음이 시리다. 옷을 두껍게 입고 길을 걸어도, 마음은 왜그렇게 찬바람이 몰아치는지, 따스한 아랫목이 시도때도 없이 그립다. 눈이 내리는 길목에서 아이들처럼 즐겁게 지내려고 해도, 고독해진 마음이 시시콜콜 사색으로 달아난다. 마음도 추수리기전에 봄이 왔다 떠드는데, 나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나는 요즘 몸과 마음이 너무도 바빠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루의 일을 시작하기 전에 부처님 공부를 한답시고, 경전을 펼쳐들고 오전중에 우학 큰 스님의 강의를 들으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빼곡한 시간을 짬을 내어 아침밥도 굶고 강의실<법당>에 가서 앉아 있노라면,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누가 들으면 아침도 못먹고 다니는 줄 알 것이다. 정말 배가 고프다. 기운도 없다. 이렇게 한다해도 누가 칭찬해줄 것도 아닌데, 과연 누구를 위해 이런 짓을 하며 즐거워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나 사고다. 잠을 못자서 푸석푸석한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떠오른다. 공부하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인 줄 이제야 알 것 같다. 철들자 망령이라고 하더니, 그말이 맞다. 공부는 평생해도 다 못한다고 하더니 끝이 없다. 나는 알이 두꺼운 안경을 챙겨서 가방에 넣고, 지하철에 앉아서 책을 꺼내놓고 중얼중얼 귀신 신나락 까먹는 소리를 해본다. 사람들이 자꾸 쳐다본다. 쳐다봐도 이상 할 것 하나도 없다. 그저 불교경전을 공부해보는 것이다. 한문으로 빼곡해서 읽어내기 어려우나, 알기쉽게 한글로 해석을 해서 답답함은 모면했다. 5분전이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뛰어서 겨우 법당에 도착하니 숨이 왔다갔다 한다. 살금살금 앞발로 딛고 뒤로 돌아 내자리로 가서 앉았다. 모두들 일찍와서 예블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나는 예불이 일상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지 참 어색하다. 순서도 정확하게 인지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순간이 참 좋다.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진다. 무엇인지 하고 있다는 자체가 선을 행하는 인간의 본연의 뿌리를 본 것 같다. 정성을 들여 골똘하게 서원하는 신도들이 참으로 거룩하게 보일 정도다. 예블이 끝나자 모두들 한쪽에 쌓아놓은 책상을 들고와서 앞에 놓고 책을 펴놓았다. 강의가 시작한다. 영상으로 수업을 하니 참 좋다. 우학 큰 스님은 이곳저곳 가시는 곳마다 그곳에서 수업을 하신다. 법당마다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그대로 화상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우리가 떠드는 소리까지 큰 스님의 컴퓨터에 녹화되어 다 보고 계신다. 어느날은 "거기 서울 좀 조용히 해라 " 바로 옆에서 말씀 하시는 것 같다. 참 편리하고 좋은 시스템이다. 최고의 시스템과 최고의 불교강의다. 도량<절>미국의 뉴욕과 중국의 칭따오 호주를 비롯해서 이스라엘에도 한국불교대학 분교가 있다. 네팔에도설립된 학교가 있어, NGO 활동을 비롯해서 여러가지의 봉사활동을 구현하고 있다. 불교인드라망이라는 사이버법당을 비롯해서, 열다섯개이상의 도량<절>이 있다. 병원이며 학교며 노인병원과 또 복지시설과 장학재단이 있다. 참으로 대단하다. 총 30만 신도를 자랑하는 한국불교대학에서 늦게나마 공부를 하게 된 것이 참 자랑스럽다. 나는 이공부를 해서 앞으로 살아가는 데 좋은 밑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인생관이 바로 잡혔다. 나이들어가면서 우왕좌왕하던 삶의 좌표가 바로 섯다. 나의 삶의 본질을 진실되게 살고 싶어져서 구사일생으로 접한 것이 불교공부다. 명예나 권력이나 또한 건강문제까지도 죽고나면 모든 것이 쓸모가 없다.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생은 어차피 한평생인데 두번 살 수도 없다. 어린아이로 태어나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면서 마지막 잘 정리된 삶은 생각해보니, 어떤 이해관계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 꼭 필요한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기위한 공부를 이곳에서 가르쳐주는 것이기에, 나는 이곳에서 나의 삶의 근원을 찾았다. 한국불교대학 우학 큰스님께서 설명하시는 부처님 법에 대해 자세히 경청해보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 큰 스님은 참으로 설명도 조목조목 잘하신다. 어찌 그렇게도 알아듣기 싶고 재미있게 법문을 하시는지, 정말 감탄이다. 공부를 많이 하셔서 그런지 아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대단한 선지식이다. 조금 늦었지만, 내가 스스로 찾아와서 배운다는 사실이 이것도 전생의 업이거나 인연일 것이다. 내가 조금밖에 배울 수 밖에 없다는 자체도 어쩌면 나의 운명이다. 그래도 소중한 시간안에 나는 많은 것을 깨우치고 알고 배우고 느끼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니, 더이상 무엇을 바랄 것이 없으리라 본다. 나이 어려서 아마 이 불교경전의 새로움에 탄복했으면, 나는 아마 출가를 결심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서 움직이고 생각하고 일을 하는 동안, 나는 언제나 우학 큰 스님의 가르침에 감사해서 마음으로 존경하고 법문을 따를 것이다. 뇌의 세포가 조금이라도 남아서 나의 인생을 책임지는 동안은, 언제나 그렇게 할 것이다. 불교의 심도있는 깊이가 마음을 잔잔하게 감동시켜준다. 화려함보다 진중함이 좋다. 스스로 자신의 소중함을 알게하고 또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하심의 자세가 좋다. 회향하는 마음이 누구나 쉽게 일어나지 않을진데 그것이 곧 바로 불교의 이상이다. 이웃과 남을 위해 봉사하는 정신이 쉽지 않으나, 차차 해볼 요량이다. 아직은 스스로도 구제하지 못하고 있으니, 우선 가족과 나를 구제한다음에 이웃이 눈에 보일 것같다. 그동안은 진리를 익히고 법문 자체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진즉 이와 같은 사실을 알았다면, 지금쯤 많은 공부를 하였을터인데, 참으로 아쉬운 마음이 든다. 늦게나마 부처님 공부를 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속뜻이 이렇게 깊고 참다운 인간의 마음을 온화함과 평정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하다. 새로운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감돈다. 참 좋은 인연이 이곳에서 이루어지다니 이것 또한 전생의 인연이 분명할 것이다. 설장구나 무용수업을 시작하거나 끝이 나거나 밥을 먹기전에도, 제자들이 기독교의 기도문을 외우면서 나를 축복해주는 것으로 그들은 행복해한다. 그들이 행복해하며 기도문을 외울 때도, 나는 많은 생각으로 번뇌한다. 그들과의 순간에는 그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망칠 수 없다. 그러나 나의 개인적인 시간과 삶은 오로지 나의 생각에 달린 것이다. 봄이 와서 그런지 모두 꽃처럼 화려하게 옷을 입고 또 화장을 하고 나들이를 한다. 나는 마치 시궁창에 쳐박힌 꽃잎처럼, 비루해진 작은 마음으로 그렇게 지내다보니, 초라한 마음이 되어 있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부터 절대로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참된 삶을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이것이 모든 사람들의 바램이요, 또한 나를 걱정하며 바라보는 소중한 가족들의 원이다. 가족의 행복이 이렇게 소중한지 나는 진즉 알지 못했다. 오직 나의 개인적인 삶을 위해 살아왔다고는 볼 수 없으나. 이기적인 마음으로 가족보다 나를 더중요시 하려고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개인적인 성공보다 절대로 더 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요즘의 생각이다. 그동안 속을 끓이느라 평정심을 잃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어영부영하는 동안 많은 시간이 순간적으로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눈밭에서 서서 바람에 날리는 하얀 눈을 감상하지도 못하고, 깊은 가을에 떨어진 낙엽도 밟아보지도 못한 사이에 벌써 봄이라니,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었단 말인지, 참으로 허망한 마음이 일순간에 마음을 휘어 감는다. 매일 바쁘게 살았으나 손에 잡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가족과 제자들이 행복해하니 그것으로 족하다. 비록 나의 삶이 약간은 후퇴하였으나, 모두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그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 먼저 달려간다해서 꼭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즐기며 얼마나 열중하였는지의 과정이 더 좋다. 누구와 경쟁하며 사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퇴색한 성공은 별로 달갑지 않다. 그저 평범하게 후회하지 않게 잘 살아갈 것이다. 이봄이 가고 또 내년의 봄이 오면 어느것 하나라도 버리지 않고, 고이고이 나의 삶 속에서 꽃이되어 향기가 만들어 질 것이라 본다. 몸은 비록 늙어가나 마음은 살찌우며 건강하게 예쁘게 살아갈 것이다. 내년에는 또하나의 공부를 해야 한다. 그 순간까지는 나는 경전에서 많은 것을 얻어야 할 것이다. 비록 다 소화시키지는 못할지라도, 근본적인 것이라도 느끼고 얻는다면 나는 성공이라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 공부만 하다가 끝낼 것이냐고 물어본다. 그러나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눈밭에서 뛰어 놀던 우리집 똘순이도 벌써 나이가 들어가니, 시간은 그렇게 정신없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작은 강아지를 품안에 안고 온지 벌써 엇그제 같은데, 그 예쁜 강아지가 벌써 십년의 반을 살았다. 나는 그렇게 시간이 가버린 줄 정말 몰랐다. 머리카락이 하루아침에 하얗게 세서 검을 물을 들여야 할 정도다. 평생동안 온통 머리를 많이 쓰며 살았더니, 몸과 마음이 벌써 지치고 세포도 낡은 모양이다. 인간의 고통은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한다 하더니, 사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고통은 시도때도 없이 찾아와서 나를 아는 척 한다. 그러나 하나도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그러나 요즘은 고통마져도 친구처럼 반갑지는 않지만 내칠 정도로 궁색하지 않다. 마음이 좀 넓어진 것이다. 이제는 나를 위해 앞길을 막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한 번은 뒤돌아 볼 여유가 생긴다. 지금부터라도 계획을 잘 세워야 할 것 같다. 나를 바라보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렇게 살아서는 안될 것이다. 가족의 우환과 또 가족들의 안녕을 위해 그렇게 노심초사하더니, 언제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렸는지 인생무상이다. 사람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하더니, 마음이 편해지니 모든 것이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봄이지만 먼 거리를 가려면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아직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또 남아있으니 말이다. 올해는 열심히 경전을 공부해서 머리속에 이것저것 집어넣어놓고, 내년에는 또 다른 공부에 몰두해야 할 것 같다. 부처님 공부를 시작한지 시간이 후다닥 화살처럼 지나간다. 공부를 해보니 부처님 경전이 참 어렵다. 머리가 옜날같지 않으니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서, 이해는 금방 하나 머리속에 남아 있는 시간이 적고 기억 또한 빨리 사라진다. 돌아서면 생각이 가물가물해지니 머리 좋아지는 약이라도 먹어야 할 것이다. 설장구가 이제는 제집이나 된 것처럼 나의 뇌를 틀어잡고, 다른 기억들을 몰아낸다. 한심하고 괘씸한 짓을 한다. 에라 저히들끼리 싸우더라도 나는 모르겠다. 머리가 아프다. 매일 설장구와 경전공부가 싸우고 난리다. 머리속에 빨리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설장구 때문이다. 공부하다말고 설장구하러 뛰어가야 하니 그렇다. 이제부터 설장구에게 사정해서 경전공부를 빨리 해야 한다 타일러야 겠다. 이제 불교의 기초공부와 반야심경과 천수경 공부를 했으니, 올해안에 법화경과 금강경을 해야 한다. 화엄경은 내년부터 시작하면 되리라 본다. 과연 이 기획이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너무 빨리 앞서가는 것인지 두렵다.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머리가 따라와야 하는데 답답한 봄날의 하루다. 어쩌면 수박 겉핧기식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좋다. 이 순간이 너무나 좋다.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내가 너무도 진리의 문앞에서 빨리 이해를 하게되니, 진심으로 잘하고 있는지 알 길리 없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나의 인생의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세상사에 얽히거나 내가 죽는 순간까지도 무섭지 않다. 두렵지 않은 마음.... 그것이 진리의 힘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껴본다. 과연 얼마나 공부가 잘 될지 알 수 없으나, 체면불구하고 달라 붙어야겠다. 어차피 설장구는 평생을 할 것이니 걱정은 접어두자. 열심히 공부하는 제자들을 위해서라도 노력해봐야 한다. 올해는 공부하는 해로 정해서 많은 것들을 얻자. 진정한 봄이 오면 분명하게 하고자 하는 것들이 완성될 것이다. 그날까지 봄은 내것이 아니다. 꽃의 향기도 내것이 아니다. 지나가는 훈풍의 봄바람도 내것이 아니다. 나는 오로지 공부를 해야 하는 꽃의 벌레다. 2013.3.17 글 무량화 <박은숙><한국불교대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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