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으나 마음이 갈색이다. 그동안 내가 여자인 것도 잊었다. 나는 과연 여자로 살았는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삶의 현장으로 달려가고싶은 생각을 해보았다. 아직은 차가운 봄 바람이 감기를 선물해서 며칠 동안 죽도록 앓았다. 인생은 공이다. 화려한 꽃도 한 번 피면 시들어가고 사람 역시 젊음이 사라지면서 마음도 쓸쓸함을 먹고 산다. 나는 과연 이 삶을 어떻게 살아왔느지 모르겠다. 평생 열심히 살아왔는데 남은 것이 없다. 허탈한 마음이 전부다. 이것이 인생이란 말인가? 꽃은 아름다움을 뽐내며 내곁에서 향기를 날린다. 나는 그 향기에 도취해서 봄이라는 것을 알았다. 봄 꽃도 그 향기도 나와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이다. 이제 곧 봄이 지나면 그들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오래 머무는 것이 별로 없다.
특히 생물은 그렇다. 나도 생물의 하나이기에 머잖아 존재가 미미해질 것이다. 나의 빈자리에 허공이 자리잡고 또 나의 벗들도 기억에서 사라지면.... 나는 또 내년의 봄을 기다리며 문지방에 앉아 있으리라....
2017.3.15 글 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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