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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장구교실

제목 [기본] 설장구는 빨라야 진정한 설장구인가? 등록일 2017.01.12 16:19
글쓴이 박은숙 조회 48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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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장구는 빨라야 진정한 설장구인가? 설장구

설장구는 빨라야 진정한 설장구인가?                                     
설장구를 가르치고 작품을 만들면서~  
당연히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속도가 빨라야 된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또 기술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면~
진정 얼마나 좋을 것인가?
그리고 반듯하게 연주하면 재미없고~인정을 못받는다는 허무맹랑한 생각 때문에~
방황하며 고심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예술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실이다.

느린 가락은 흥이 나지 않으나~
정감있고 다정하며 인간의 감정을 끌어내는데 안성 맞춤이다.
설장구를 느리게 연주하다보면~
실력없어 보여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았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빠른 가락은 금방 배우기 쉽다.
손재주만 있으면 한배도 맞고 강약과 음의 고저도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러나 느린 가락은 정말 쉽지 않다. 는 것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돌아가신 이영상 설장구 명인<전라북도 설장구 문화재>께서는 항상 말씀 하셨다.

천천히 느리게 배워 빠르게 연주하거라....
느리고 정확하게 배우면 빠른 연주는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연주만 하다보면 느린 연주는 쉽게 안된다.

과연 무엇이 정답인가?
빠르지 않으면 그것이 설장구냐?
누군가 ~
설장구의 정의를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나역시 어린 시절에 김병섭류와 좌도와 빠른 창작 설장구를 하였으며~
전라북도 정읍농악 7-2호 무형문화재 이영상 설장구 이수자다.

오랜 세월 설장구를 하면서~
많은 생각과 느낌과 또한 다른 설장구를 하시는 분들의 ~
건강한 이념과 주관들을 대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하고 있는 설장구를 되짚어보며 비교해보고
또한 걱정하고 의심하면서~
그래도 무작정 무의식적으로 스승님들의 생각과 지도를 따르면서~
방황하고 혼란스러워 하던 그런 시절을 보낸적이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스스로 무엇인가를 조금 알게 되고나니....
내것에 대한 자신감과 뚜렷한 주관과 전설의 설장구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냐고 물으면...
원형을 배우면서 혹시 ? 궁굼해 하는 분들을 위해 일러두고 싶은 말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경험에서 나온 경험담이므로 사적인 생각임을 밝혀둔다.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 있기에...조심스럽다.
하지만 ~그래서 ~서로가 발전하고 미래가 밝다는 말도 된다.
그것이 맞고 이것이 틀리다는 개념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이 개척해나가는 차원이 다르므로~
서로 조금씩 인정하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하고 또한 실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내것만 주장하다보면 독재나 마찬가지다...
남의 것도 인정하면서 장단점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

또한 ~
무대나 마당놀이에서 설장구를 할 때~
느리고 처지면 당황하고~
박수가 적게 나오면 힘이 빠져 고민한 적이 있다.
그러나 보여주기 위한 공연이나 자신의 기량을 뽐낼 때는~
당연히 최고의 실력과 기량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한 처사이다.

그러나 설장구를 익히고 가장 기본적인 실력을 만들 때는~
느리거나 빠른 것을 문제삼지 말고~
가장 정확한 가락과 장단, 음의 강약,고,저,와 한배를 모두 반듯하게 익혀야 할 것이다.
많은 시간 정확하게 연습을 해도 시간이 지나 다른 일에 심혈을 기울이다보면...
이상하게 어색하고 소리도 변한 것 같고, 무엇인지 모르게 다른 소리나 맛이 다르고
음색도 다르게 나와 속수무책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런 것들은 경험에서 알게 된다.

열채의 정확한 텃치~따와 기덕~따닥~그리고 드르닥의 정확한 음의 소리를 내면서~
궁과 구궁 그리고 궁궁의 사이에 채의 엇물림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서~
음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음의 한배안에 어떻게 조화롭게 소리가 안배되어야 모나지 않으면서 ~
명인들이 만들어 놓은 소중한 가락들이~
훼손되지 않은채 유지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느리거나 빠르거나 모든 장단의 가락을 정확하게 연구하고 배워~
공연을 하거나 연주 할 때는 ~반드시~
그장소에서 최선의 음을 어떻게 연주해야 할 것인가를 먼저 파악하여 작품을 짜야 한다.

어떤 장소에는 음악적인 형식으로 연주해야 호평을 받을 것이며~
어떤 무대에는 한편의 드라마처럼 공연을 해야 하고~
또 어떤 장소에서는 기술적으로나 쇼적으로 많은 박수를 받아야 할 정도로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해서 최선의 공연을 펼쳐야 할 것이다.

우선...실기에는...
정확한 장단과 가락을 연주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장단과 가락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보고...
빠르고 느린 가락의 정확한 표준속도와 나름대로의
장단과 음색의 가치와 속도를 봐야 한다,
그 작품의 질을 따져 작품성과 표현력 또한 연주하는 태도,
작품을 소화하고 있는 잠재력을 볼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평가에서 실력을 인정해야 옳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
무조건 빠른 것만 잘한다. 여긴다면...
그것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막상 닥치면...당황하고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전설의 설장구를 가르치고 전수하고 연구하면서...
정확하게 설장구 원형 가락을 전수받은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
고집한다.


그리고 ~
때와 장소에 맞게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원형을 배우려는 제자에게는...
스승님들이 하던 그대로 할 것이며...
후에 속도가 빠르거나 느리거나 하는 문제는 ~
본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해  줄 것이다.

기운이 없어 겨우 장구통을 메고 설장구 춤을 출 경우도 생긴다.
그런 경우는 처음부터 빨리 해버리면 호홉도 다루기 힘들고...
또는 빠르게 해야 할 부문에서 기운이 빠져
느리게 연주 할 수 밖에 없는 슬픔이 생긴다.
알면서 그런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면...
기분이 어떨지 상상해보자.

그날 그날 컨디션에 맞게 속도를 조절 할 줄도 알아야 한다.
5분 혹은 10분 공연을 하려면...
절도있게 힘의 균형을 깨지 않게 처음부터 호홉조절을 잘해 시작해서...
서서히 몸에 착 맞는 소리와 춤과 타악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휘모리나 단모리는 빠르게 연주하고...
다스림은 ...
다스림 나름대로 속도와 소리와 몸 동작의 움직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무대나 마당의 공간에서 한편의 그림이 되어줘야 하며...
혹은 배경과 효과가 아우러지는 최상의 여건이 형성되어...
꼭지점의 분출이 있어야 한다.

물론 관중도 최상의 시선과 열정과 앎의 바탕이 있어주면 더욱 좋으련만...
아무것도 관심이 없는 관중이라면...
당연히 흥<연희>와 기술적인 측면이 부각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음악회 같은 장소의 관중이라면...
어느정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연주회야 할 것이다.
그래야 수궁하고 실력있는 연주자란 평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양조나 중모리 같은 느림의 철학이 깃든 장단과 가락에도
관심이 있을 것이다.
경연대회 성격의 장소에서는 기량도 문제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실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착실하게 설장구 원형을 10분이나 15분정도 모두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설장구는~
음악하는 사람이 들으면 음악이요~
타악하는 사람이 들으면 타악이요
무용하는 사람이 듣거나 보면 무용이다.

세가지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어야 비로소 설장구의 참맛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일이 있어도 주관을 갖고 ~
자신의 설장구를 자긍심있게 생각하며...
나름대로 분석한 사실과 경험으로 제자들에게 설장구를 익히게 할 것이다.
느림의 미학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 과거에는 빠름속에 빠져 작품을 만들었으며...
느린 음악은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
세월이 흘러 나이가 먹고 험난한 세상에서 많은 경험으로 피페해져가고 있을 적에
소롯히 흘러 들어오는 전통과 한의 파도가 뇌를 자극하고 감정을 흔들면서...
설장구는 나의 마음속에 온통 종합예술로 자리잡아 주인 행세를 하고 말았다.

나는 설장구에게 혼을 빼앗겼다.
그속에 모든 이성과 감성이 녹아있어...
설장구 속에 울고 웃고 변덕을 부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긴장과 이완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전통과 현대의 희노애락을 맛보게 되었다.
당장 앞만 보고 방황하지 말자.

가을 빛 속에 흘러 나오는 애잔한 한과 서러움을 담은 설장구~
봄 꽃 속에 흐드러지게 핀 화려한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아름다움~황홀함~
눈내리는 고궁의 고즈넉한 뜰 아래

나뭇가지 뚝 부러져 발아래 떨어질 때~
나의 삶과 지지리도 못난 인생의 슬픔을 느낀다.

폭풍우 몰아치는 장대비 속에
비닐 우산 쓰고 날아갈 것 같은 바람을 피해 휘청거리며 걸어갈 때~
나는 살고 싶어 몸부림을 친 기억을 알고 있다.
이것이 박은숙 설장구의 생각이다.
누가 워라고 해도 나는 이 길을 갈 것이며...
나중에 더욱더 실력이 늘고 좋아지면 ...
혹 다른 차원의 설장구를 원하겠지만...
당분간 이 생각에 전념 할 것이다.
짧은 표현력이 안타까워 이 순간 행복하지 못하다.

느리게 ~혹은~정적인 은은함~
거북이처럼 걸음마를 배우면서...
토끼의 빠른 걸음과 타조의 달리기속에~
폭품이 몰아치는 전율까지도 흡수하여~
멀고 먼 지구 밖의 우주속에 어느 별 하나 반짝이는 빛 속에...
미래아 전통의 잔치를 벌려보자.

2010년 10.19
연구실에서 글 박은숙
http://www.suljang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