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장구 가락이 속도가 빠르고 꽝꽝 크게 소리나게 친다고,
결코 설장구를 잘한다는 표현은 위험한 발상이다.
하루는 어떤 장구잽이와 설장구 수업을 주고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분은 상당한 타악적인 설장구 맛을 선호하는 잽이였다.
앉은 반을 하고 있는 동안 어찌나 세고 강하게 악기를 다루는지 ....
가끔 깜짝깜짝 놀라고 심장이 두근두근 할 정도로 세게 몰아치고 가죽을 때리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자세로 장구를 연주하는데 .....
결국 굿거리 장단만 느리게 연주한 셈이다.
강하고 빠른 것만 강조하다보니 ....
기술은 뛰어나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정도가 아주 놀랍다.
그런데 강과 약이 너무 강조되어
강약....강약....강약....뒷강 앞강 하다보니 나중에는 질리고 약간 거부반응이 난다.
박자가 기계처럼 칼로 썰어놓은 것처럼 싹둑 싹둑 하고 들리더니 ....
리듬박스처럼 한배가 정확하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사람의 마음이 스며들 곳이 없다는 것이다.
가락 자체에서 울려나오는 소리에 여유와 풍류가 없어 삭막하다.
인간의 삶 그리고 희노애락이 사라지고~시가 있는 그림이 아니다.
애증과 정열적인 도발이 없어 싱겁다.
하늘과 바람과 별 눈물도 없이 모래 씹은 입처럼 꺼끌꺼끌하다.
봄비와 아침 이슬이 사라진 대지위에 자란 떫은 감처럼 혀가 오돌토돌하다.
쓴맛도 단맛도 신맛도 없고 그저 강 약 뿐이다.
표정과 팔의 모양으로 대신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런 모습으로 살짝 내면의 약점을 감추고 있었다고나 할까?
얼른 보면 티가 나지 않는데....
시간이 흐르다보니
보이기 시작하였고 느낌으로 알게 되었다.
진짜 잘하게 보여 약점을 알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
강~세계
약~더 약하게
엄마 찾는 송아지의 눈빛을 훔쳐보며
할머니의 자장가 소리에 잠든 아기의 천사같은 얼굴을 바라본다.
비바람 몰아치는 폭풍 언덕에 해체되어 날아가는 집한채를 상상하라.
뚝 부러진 나뭇가지 소리에 놀란 참새 한마리
돌아보며 힐 끗 눈을 흘기는 모습~순간포착
화~
진정한 풍물굿이나 설장구에는 이런 요소들이 스며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맛있는 음식도 매번 먹으면 질린다
하물며...소리야 오죽하랴~
예쁜 꽃도 매일 보면 싫증이 나고
좋은 가락도 매일 듣고 있으면 신비한 느낌이 나지 않는다.
봄 바람처럼 유유하고 건들거리는 맛....
가을 들판의 넉넉한 풍요로움.
냇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졸졸 노래부르며 주고받는 음양의 이치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의 눈에 비친 운무
예쁜 아기의 웃음을 달빛에 젹셔 소리로 다듬는다.
폭풍전야 바다의 고요함과
난타의 매력에 빠져
풍경소리~
파도소리~1
풀피리 소리~2
그러니 변화가 많으면 더욱 좋고...
싫증이 나지 않고 흥미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박자도 엇박이 더 어렵고 듣기 좋다.
애증과 슬픔, 분노와 기쁨그리고 환희와 흥이 스며 들어야 한다.
강함과 약함 또 중간 강 중간 약도 있어야 한다.
또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의 미세한 느낌
여러종류의 강과 약들....
그런데 다짜고짜 강....약....강....약만 내세우니
참 답답하고 마음이 허허롭기까지 하였다.
무조건 속도가 빠르면 잘하고 좋다고 하는데.....
설장구는 너무 빠르면 너름새나 발림을 하기 어렵다.
여러가지 감정이나 속도를 모두 포함한 후에 빠름도 포함해야 할 것 이다.
속도가 너무 느려도 재미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기계처럼 빠르면서 너름새가 잘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많이 연습하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너무 빠르게만 하려고 하면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다.
고 김병섭 선생의 설장구는 정말 빠르고 굉장하였으며....
이영상 명인의 설장구는 너름새가 멋지다.
가락. 춤. 박자. 맞추기 참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느리게 연습하여 점점 빠르게 연습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무리 빨라도 삼박자가 다 갖추어진 모습으로 연출이 된 설장구라면
정말 잘한다 여겨질 것이다.
무조건 빠르게 연주하면 잘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천천히 연습하여 빠르게 해보도록 하는 것이 원칙임을 잊지 말자.
연습 많이 하면 빠른 것은 저절로 속도가 붙지만 ...
빠르게 연습만 한 사람은 나중에 느리게 하려면 잘 안된다.
느리게 연습하여 빠르게 가보도록 하는 것이 순서다.
연습도중 어느 학생의 물음에 이런 답을 내리고 싶었다.
격에 맞는 것이 올바른 가락의 속도며....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강하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고 부드러움이 오래가며 제일 강하다.
무당파의 태극권에 대한 설명이 생각난다.
설장구 역시 ....
강약이 정확하고 속도가 빠르면 잘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기술적으로 끝내준다는 표현이 옳다.
그러나 면밀히 검토하면 장단점이 있다.
2007.4.23
글 박은숙